욥의 처는 악처인가 ?

2015.03.15 전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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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들어서는 새벽기도 때마다 욥기를 묵상한다. 오늘 아침에는 교역자 말씀묵상 시간에 ‘욥의 아내’에 대한 말씀의 나눔이 있었다. 욥의 아내에 대한 비판과 욥의 아내에 대한 이해의 양면이 함께 논의되었다. 전통적으로 욥의 아내는 호세아의 아내, 소크라테스의 아내 및 웨슬리의 아내와 함께 악처의 반열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말 욥의 아내가 악처였을까? 욥의 아내는 악창이 난 몸으로 재 가운데 앉아 기와 조각으로 몸을 긁고 있는 욥에게 분노의 말을 한다. 그 처참한 모습을 하고서도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 성실함, 그리고 온전함(integrity)을 지키려는 남편에게 분노를 쏟아놓는다. “당신이 그래도 자신의 온전함을 굳게 지키십니까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세요”(욥 2:9). 욥은 아내를 향하여 말한다.“그대의 말이 한 어리석은 여자의 말 같소 우리가 하나님의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소?”(욥 2:10)  

욥의 아내에 대한 말씀은 이것이 거의 전부이기에, 욥의 아내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주석가와 성경의 나눔에 있어서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욥의 아내의 말은 사단의 대리인으로서의 말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사람은 욥의 아내가 이 일 이후에 성경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욥을 떠나버린 신의 없는 아내로 간주한다. 그 결과 욥이 회복되고 낳은 일곱 아들과 세 딸도 욥의 새로운 아내의 소생이라고 말한다. 성경은 과연 이에 대한 어떠한 대답을 하고 있을까?

욥기에는 욥의 아내에 대한 귀중한 한 마디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내 아내도 내 숨결을 싫어하며 나의 형제들도 나를 역겹다 하는구나”(욥 19:17, NIV, RSV, NASB). 즉 욥의 병중에도 그의 아내가 고통 가운데서 떠나지 않고 그의 병상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남편의 심각한 병과 그 냄새나는 상황에서도 욥의 고난을 고통스럽게 돌보는 욥의 아내를 성경을 통하여 생각할 수 있다. 지금처럼 여성이 공동체를 훌쩍 떠나가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욥의 아내는 욥의 형제들, 친척들과 함께, 싫으나 좋으나 욥을 돌보았다고 보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해석일 것 같다. 병든 사람에게 누가 새로운 아내가 되었을 것인가?  

욥의 고난 가운데서 욥의 아내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면, 욥의 아내는 충분히 그렇게 악처도 아니고 그렇게 미련한 자도 아니다. 의로운 남편은 잃어버린 재산과 죽은 자식에도 불구하고 믿음을 지킬 수 있으나, 욥의 아내는 어머니로서 자신의 젖으로 길러낸 아이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것이 어찌 가슴 아프지 아니하였을까?  까무러치기를 여러 차례, 분노와 절망에 속앓이를 여러 차례 하지 않았을까?  눈은 흐르는 눈물로 짓무르고 가슴은 까맣게 타서 숯검정이 되었으리라. 게다가 몸까지 망가져서 전신을 진물과 구더기로 뒤집어쓴 남편이 아직도 하나님을 붙들고 충성스런 마음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였을까?  욥의 아내가 겪은 좌절과 분노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평으로 터져나왔다 하더라도 정죄하기 어려운 허물이다.  

사망학(死亡學, thanatology)의 대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견해에 의하면, 사망이 임박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취하는 반응이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첫째는 부정(denial)이며, 둘째는 분노(anger)이다. 셋째는 타협(bargaining)이고, 넷째는 우울증(depression),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순응(acceptance)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욥의 아내는 사람의 두 기둥인 자식과 재물이 무너져 나가는 것을 보고, 더구나 자신의 다른 반쪽인 남편이 처한 비참한 병마를 보고 퀴블러 로스가 말한 첫째, 둘째 단계에서 나옴직한 부정과 분노의 반응을 가지지는 아니하였을까?  

예수님과 동시대에 유대인들이 읽던 70인역에서는 욥의 아내에 대한 말씀이 조금 더 자세히 그려지는데, 성경 본문의 불평을 쏟아놓기 전에 그녀는 한 동안 얼마나 기구한 삶으로 전락되어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지를 힘들게 말한다. 욥의 아내에 대하여 성경은 한, 두 가지를 말하고 침묵하나, 앙드레 쉐디드라는 프랑스 여류소설가는 “욥의 아내”라는 작품을 통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욥의 아내를 욥과 함께 고난을 겪으면서 고통을 겪는 동등한 신앙의 주체로서 그려내고 있다.  

욥의 아내는 욥처럼 영적으로 비범하지 않은 평범한 여인인지도 모른다. 욥은 욥의 아내에게 어리석은 여자와 같이 말한다고 하였으나, 하나님은 욥을 “무지한 말을 하면서 생각을 어둡게 하고”(38:2), “전능자와 다투려하며”(40:2), 자신의 “의를 세우기 위하여 하나님을 악하다”(40:8) 말하는 자로 꾸짖는다. 의인 욥도 별 수 없이 말로 실수하는 인간이라는 하나님의 질책이다. 하나님은 욥의 아내에게 다른 10명의 자녀를 줌으로 위로하신다. 남편과 고통을 같이 하였던 승리자 욥의 아내가 혹 천국에서 우리를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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